사진에서 '황금비율'이라는 말처럼 허황된 것도 없다.
신화라고 부르기에도 그 내용이 공허하다.
그것에 대한 믿음은 신화도 아닌 집단 착각일 뿐이다.
사람들이 황금비율을 믿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황금비율'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한참 전, 어떤 비율을 뜻하는 'phi'가 있었다.
그 존재를 안 것은 피타고라스 학파이고, 그 값을 정확히 계산해낸 이는 유클리드라는 수학자였다.
기원전 수백 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그 값이 아름다움과 관계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비율이 '아름다움'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19세기 신비주의자들이 처음이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이 어떠했던 간에 지금 사진가들이 황금비율을 믿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많은 사진가들은 황금비율에 의지하고 있다.
대상을 화면에 1/3즈음에 놓으면 화면이 보기 좋다고 말하는 사진가들이 대부분이다.
왜 그렇지? 라고 물었을때,
황금비율을 따랐기 때문이라고밖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황금비율의 신봉자들이다.
하지만 황금비는 1/3'쯤'이 아니다.
황금비율을 신봉하는 사진가들 중 아무도 황금비율을 정확히 사용하지 않는다.
이 점이 그들의 첫 번째 모순이다.
얼마전, 황금비율에 대한 자료를 검색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뭔가를 알게 됐는데,
많은 사진가들이 황금비율을 사진에 적용한다며 이상한 사각형과 골뱅이 나선 문양을 사용하고 있었다.
* 황금비의 미학에 대한 믿음은 거대한 착각이다. 황금분할을 말하면서 사진에 골뱅이 모양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 황금비 사각형을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해 설명하는 도형이다.
이 사각형이 무한히 반복되면 황금비가 되지만 지금 이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위 그림이 흔히 '황금비율의 사각형'이라고 설명하는 사각형이다.
하지만 원래 이 사각형은 황금비율 사각형을 설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머리 아프겠지만 황금비율 설명을 잠깐 하자.
황금비율은 피보나치 수열과 관계가 있다.
, 2, 3, 5, 8, 13, 21, 34 … 이처럼 앞의 수 두 개를 더해서 다음 수가 결정되는 수의 열이 피보나치 수열이다.
이 수의 열이 무한하게 나가면 그 마지막 두 수의 비율이 황금비율에 가까워진다.
다시 말해, 이 수열의 무한 반복 후에 황금비율이 나타난다는 것이지,
이 수열의 앞부분에 있는 5:8 이 황금비율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물며 1:2 나 2:3은 더더욱 아니다.
사각형을 다시 보자.
이 사각형은 피보나치 수열이 반복되면서 황금비율 사각형에 가까워지는 과정의 처음을 설명하고 있다.
제일 큰 사각형의 크기는 8일 뿐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바깥의 사각형이라고 해봐야 8:13의 정수비를 갖는다.
이 사각형은 황금비가 아닌 정수비의 사각형이다.
사각형 내부를 따라 그리는 골뱅이 모양의 곡선도 사진 설명에 자주 등장한다.
이 골뱅이 모양은 정말 아무 의미가 없다.
어느 황금비율 신봉자가 자연 안에 황금비율의 예가 있다며 조개껍데기를 비교한 적이 있었다.
(이 조개 사진조차 그 골뱅이 곡선에는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그뿐이다.
* 황금비 사각형 안에 호를 그으면 이런 골뱅이 모양이 된다.
자연에 존재하는 황금비를 설명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지만,
이 도형으로 사진의 황금분할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설사 그 사각형이 황금비의 사각형이라고 해도, 골뱅이 곡선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화면의 분할 문제 아닌가?
골뱅이 모양으로 화면을 분할하라는 뜻인가? 그런 화면 분할은 없다.
혹시 그 골뱅이 자체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도형이라는 뜻인가?
19세기의 황금분할 신봉자들조차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현대 사진동호인들의 발명품일 뿐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황금분할이라는 법칙이 엉터리인 만큼 그 적용이 억지스러울 것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파르테논 신전은 황금비의 아름다움에 대한 증거로 자주 제시된다.
인터넷에서 찾은 이 사진들은 황금사각형을 적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제각각이다.
어떤 사진은 기단에서 복원된 지붕까지 적용하는가 하면,
어떤 사진은 기단을 빼거나 처마를 제외하고 있다.
사진가들은 엉터리 사각형과 골뱅이 틀을 사진에 겹쳐 놓고서는,
좋은 사진은 이런 황금비율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적용 과정은 부정확하기 짝이 없다.
좋은 사진을 찍어 놓고도 엉터리로 설명하는 이유는 뭘까? 혹시 자신이 찍은 사진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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