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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이 어려운 이유

사람의아들/현동철2021.02.28 06:04조회 수 35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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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이 어려운 이유...

 

 

 

JWX8IGU9.jpg

헨리 피터 에머슨의 1886년 사진. 그 즈음에 동호회 사진이 시작됐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풍경 사진 잘 찍는 법’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들을 여러 권 찾아봤다.  여행 풍경 사진에 대해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행 풍경 사진이라고 부르는 사진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가끔 멋진 장소를 담은 사진에 놀라기도 하지만,

 

아주 참신한 사진은 드물다. 아무리 새로운 장소를 찍는다 해도 풍경 사진의 어법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풍경 사진은 사진이 처음 발명되던 순간부터 관심사였다.

 

19세기 말 아마추어 취미 사진가들이 동호회를 만들었는데,

 

그때 이미 우리가 아는 풍경 사진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화가들이 풍경화를 오래전부터 그려왔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헨리 에머슨의 호수 사진은 100년도 더 된 것이다.

 

지금의 풍경 사진 기준으로 봐도 빼어나다.

인류가 이처럼 100년이 지나도록 비슷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풍경 사진에도 찍는 법칙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내 책장과 도서관 서가를 뒤져봤다. 하지만 찾아낸 책들을 펴 보면 볼수록 미로에 빠지는 듯했다.

사진 기술의 설명들은 정확하긴 하지만 너무 소소해서 법칙이라고 할 수도 없고,

 

법칙이라고 써놓은 말들은 대개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가장 옳은 이야기가 ‘많이 찾아다니고 잘 보고 오래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너무 뻔하니 법칙이라 할 수도 없다.

이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뻔한 이유는 어쩌면, 풍경을 가지고 창조적이거나

 

개성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 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그저 남들이 찍는 풍경을 나도 잘 찍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차라리 풍경 사진이란 개성이 있거나 창조적인 사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럴 때 오히려 더 쉽게 ‘풍경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런 주제에 대해 책을 쓴다면, 다음의 사항들을 포함하겠다.

첫째, 남들의 사진을 흉내 내시라. 바닷가의 일출, 소나무 숲의 아침, 강가의 안개 사진을 흉내 내면 된다.

 

어딘가 해외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면, 인터넷에서 그 장소의 이름을 넣어 사진을 검색해보시라.

수없이 많은 사진 중에 맘에 드는 사진을 골라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슬쩍 보지 말고, 언제쯤 찍었을지, 빛의 방향과 하늘의 색은 어떤지,

 

사진가의 위치는 어디쯤일지, 렌즈는 무엇일지 따져보면 된다.

요즘에는 어떤 사진을 어디에서 찍을 수 있는지, 한국의 촬영 포인트를 알려주는 책들도 나와 있다.

 

언제 그곳으로 가면 좋은지도 다 적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이라니!

풍경사진가들이 부지런해야 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 이유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요즘은 다른 사진가들보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문제가 생겼다.

 

늦게 가면 자리를 못 잡는다.

 

 

 

둘째, 풍경사진과 여행사진은 사뭇 다르다.

 

뭇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는 풍경 사진을 찍은 사진가들은 그 사진을 찍을 목적 하나로 여행했다.

 

멋진(?) 사진을 찍는 풍경사진가들은 나름 치열하다.

 

 

 

언제 어디에 갈 것인지 계획을 오래전에 세워 놓는다.

 

날씨가 나빠지면 더 열심히 움직인다.

 

비가 내린 직후 개어가는 하늘, 갓 내린 눈이 덮인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노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고생의 정도로 사진을 평하지는 않는다.

 

 

 

셋째, 일주일짜리 관광을 하면서 풍경 사진을 찍고 싶다면,

 

달력이나 여행잡지의 풍경 사진을 흉내 내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진들은 관광객들이 지나가면서 한번에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가들만 해도 트렁크로 다섯 개씩 되는 장비를 나귀 등에 실어 산에 오르거나,

 

개인 비행기로 하늘을 날면서 촬영을 한다.

 

그런 사진가들이 왜 일반인을 위한 사진 교본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요즘 여행잡지 기사의 사진들은 한 작가가 찍은 것이 아니다.

 

소위 사진 라이브러리에서 가져온 사진들이 많다. 제일 좋은 순간을 만난 여러 사진가의 사진들을 모아 쓰는 것이다.

 

일주일짜리 관광객들은 여행 에세이류의 사진집을 찾아서 그것을 흉내 내는 것이 좋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흔한 풍경을 마치 뭔가 있는 듯 모호하게 찍은 사진들이다.

 

 

 

넷째, 사진을 찍어 온 다음에는 그 사진이 정말 맘에 드는지 생각해보시라.

 

백 년 동안 똑같이 찍어온 사진, 수 백 명의 사진가들이 달려들어 찍은 그 사진이 맘에 드시는지.

 

 

 

사진, 쉽지 않다...

 

 

 

 

 

 

 

 

사람의아들/현동철

https://blog.naver.com/lycos64



"It shall also come to pass"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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